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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잇단 대화 손짓에 미사일 발사로 응답한 북한

 

 대북 대화 복원을 위한 우리나라와 주변국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가운데 정작 북한은 군사 도발로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신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을 건조 중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2년여 만에 SLBM 시험발사를 재개한 것이라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이날 서울에서는 한미일의 정보수장이 비공개로 만나 한반도 정세와 대북 문제 등을 논의했다. 같은 날(현지시간) 미국에서도 3국의 북핵 수석대표들의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2019년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사실상 마비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본격 재가동에 들어갈 채비를 갖추는 상황에서 북한이 또다시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시설 재가동을 추진하는 등의 무력 시위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한미 양국에서 진행되는 한미일 3국 회동에서는 북한 핵 문제,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주민 인권 보호,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 여러 현안이 다뤄지겠지만 논의의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이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이 효과적인 신뢰 구축 조치이자 대화의 입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의미 있는 신뢰 구축 조치에 대해 모색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그런데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전날 워싱턴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종전선언 제안을 논의했다면서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계속 손을 내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뉘앙스이다. 노 본부장도 "협의의 상당 부분이 종전선언 관련 심도 있는 협의에 할애됐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기대와는 달리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북한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몇 달간의 검토를 거쳐 지난 4월 명분과 조건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적인 대북 접근을 제시했고 이후 북한에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북한이 한사코 손길을 뿌리친다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공산이 크다. 대화를 주저하는 북한의 불안감을 달랠 수 있는 신뢰 회복 조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점에서 종전 선언은 효과적인 대안이다. 기존의 정전협정을 대체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교두보이다. 국제법적 효력은 없다지만 상호 간 신뢰 구축 측면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매우 크다. 이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일본 내각 정보관 등 3국의 정보 수장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 후반에는 성 김 대표도 방한할 예정이다. 부쩍 분주해진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한반도 정세 전환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종전선언과 대화 재개에 관심을 보이면서 첫걸음을 쉽게 떼지 못한 채 오히려 군사력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불신 요인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역시 종전선언이 "흥미 있는 제안"이라면서도 적대 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남측의 군비증강, 한미 군사훈련, 북한의 무기 시험발사에 대한 남측의 비난 등을 북한에 대한 적대적 행위로 규정하고 이런 상황이 지속하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열거한 문제들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어쩌면 수백만 명이 희생된 참담한 전쟁을 치렀고, 휴전선을 맞대고 수십 년간 대치하는 남북한 모두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봐야 한다. 불신과 적대 정책 해소는 협상의 전제가 아니라 그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국내 일각에서는 임기 말의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고 성급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권의 대북 정책이 얼마나 강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 있고, 자칫 정치적 오해를 받을 우려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은 어느 정부든 항상 추구해야 하는 역사적, 민족적 책무이다. 임기와 관계없이 일관되고 신뢰 있는 대북 정책을 추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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