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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실 뺀 압수수색, 수사 범위 스스로 좁히나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검찰은 지난 15일 성남시청 도시주택국 등을 11시간가량 압수수색 하면서 대장동 사업 인허가의 최종 결재라인에 있는 시장실과 비서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담수사팀 구성 16일 만의 '뒷북'도 모자라 '윗선'으로 향하는 최종 관문을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 이는 대장동 수사의 범위와 한계를 사실상 설정해 놓고 있다는 '자백'으로 읽혀 유감스럽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 불과 하루 전의 일이었다. 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창밖으로 버린 휴대전화도 검찰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경찰은 CCTV 분석 하루 만에 찾아냈다. 대한민국 최고의 법률전문가 집단이 하는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현상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ABC도 지켜지지 않는' 이런 검찰 수사를 놓고 항간에서 의지는 고사하고 능력마저 없는 것 아니냐는 혹평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장실은 영장 청구 단계에서부터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이 시장실에 한해 일부만 기각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장 재직 때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을 민영에서 공영개발로 바꿨고, 성남도개공 설립 후에도 관리·감독을 해온 만큼 이 지사의 관여 여부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그런데도 시장실을 대상에 넣지 않은 것은 강제수사 준비가 덜 됐거나 의지가 모자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성남도개공과 화천대유 압수수색 때 성남시도 함께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지휘부의 제지로 무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중앙지검장 등의 지시로 제외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수사단계에 따른 수사상황을 모두 고려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집행했다"고 해명했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압수수색에서, 그것도 시장실을 배제한 이유를 납득시키기엔 역부족이다. 검찰 내부에선 성남도개공과 시청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이 절차적으로 적절했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팽배하다고 한다. 검찰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또 다른 대목은 대장동 수사 방향을 둘러싼 수사팀 내부의 불화설이다. 특수통인 수사팀 소속 부부장검사가 지휘부와의 갈등으로 수사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김오수 총장이 총장 임명 전 5개월간 성남시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한 사실 역시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찰이 확보하려던 유 씨의 옛 휴대전화를 검찰이 중간에서 가로채는 듯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검찰 수사의 난맥상도 모자라 검경 중복수사 우려마저 현실화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철저 수사'와 '검경의 적극적인 협력'을 지시한 것이 지난 12일의 일이다. 하지만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신속'은 어려워진 상황이고, 압수수색에서 시장실을 뺀 것은 '철저'에 대한 희망을 무너뜨린다. 휴대전화 공방은 '검경 협력'마저 기대 난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말도 먹히지 않는 '지시 불이행' 상황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대장동 사건에는 이 지사와 함께 국민의힘 대선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 또 두 사람에 관한 의혹은 억지라기보다는 상식적 사고와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은 올바른 선택을 위한 진실을 원한다. 그러니 검찰은 이제라도 심기일전해서 의혹의 실체 규명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수사 과정에 정치적 고려 등의 불순물을 배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떠한 예단도 개입돼선 안 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검찰은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것만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임을 거듭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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