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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자꾸 '불량국가'로 대놓고 부르면 북미관계 개선되겠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라고 대놓고 지칭했다. 독일 뮌헨안보회의 공식연설에서 미국의 국방전략보고서(NDS) 기술내용을 상기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연초 무력충돌까지 갔던 이란과 병렬해서 북한을 미국 안보의 두 번째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 것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미국외교협회(CFR) 강연 후 일문일답 과정과 올해 들어서는 지난 6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주최 행사의 기조연설에서도 똑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미국의 안보와 방위를 책임진 국방수장의 책무와 사명감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거듭된 '북한 때리기' 발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특히 동일한 메시지를 짧은 기간에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신하는 것은 북미관계 개선에 당장 별다른 뜻이 없다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 "똑바로 행동하라"는 엄포로까지 읽힌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미 대선이 11월 초 치러지니까 적어도 9개월 정도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관계개선을 모색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국정연설에서는 아예 북한의 '북'자도 거론하지 않았다. 내치와 외교 전반에 걸쳐 새해 정책구상을 밝히는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북한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건 아주 드문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의 대북협상팀이 뿔뿔이 흩어진 것도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냉담 또는 무시적 태도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지난주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 특별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가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로 승진 발탁돼 자리를 옮겼고, 앞서 마크 램버트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사가 올해 초 유엔 '다자간 연대' 특사로 임명된 바 있다. 동력이 많이 상실된 북미 정상회담의 협의 채널을 어느 때든 재가동할 '수족'이 모두 잘려 나간 셈이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불량국가'라는 표현을 미국이 최근 들어 부쩍 자주 사용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양국 관계개선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관계가 냉각기에 빠진 지난해 8월 "우리는 북한의 불량행동이 간과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언급하자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고 반발한 일은 대표적인 예이다. 상호존중과 신뢰구축도 부족할 판에 상대방을 상종하지 못할 집단처럼 규정하는 일은 외교에서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냉전 이후 오랫동안 세계의 경찰국가로 군림해 온 미국의 습성과 기준에서 자신은 '정의', 나머지 골치 아픈 국가들은 '불량'으로 재단한 것이라면 시각교정이 필요할 것 같다. 적어도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된 이후로는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불량한 범주'의 도발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또 북한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게 되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끊어진 북미 대화의 끈을 연결해 보려는 한국 정부는 도대체 무엇이 되는지도 미국 행정부는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다음 주면 노딜로 끝난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이 된다. 단절보다는 복원, 혐오보다는 포용, 불신보다는 신뢰의 언어가 북미 간에 오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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